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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사례 탐구 – 변화하는 시장환경, PE업계도 ‘디지털’ 화두로

2020년 12월 10일

the bell [선우엠티 밸류업 사례탐구] 변화하는 시장환경, PE업계도 ‘디지털’ 화두로 / 기사 전문보기
 
1. 급성장 중견기업에 체계적 재고·판매관리 수요 높아져
 
사모투자펀드(PEF)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M&A 시장에서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들의 영향력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대형PE 뿐 아니라 중소형 PE들도 다수
생겨나면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특히 승계 이슈와 결부돼 최근 다수 매물로 출회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창업주의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 등으로 경영활동이 이뤄져 왔다. 영업관리 등을 수기로 하는 등 아직 전반적인 경영관리가 시스템화 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규모가
커진 많은 회사에서 좀더 전문적인 시스템 도입 등의 니즈를 갖기 시작하고 있다.
 
오퍼레이션 컨설팅 업체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수요를 파악, 특히 PE가 인수한 포트폴리오 기업을 중심으로 재고관리나 영업관리 등 전반적 경영환경의 시스템화를 지원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 화두가 되면서 오퍼레이션 컨설팅에 있어서도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경영관리 시스템 구축은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DT는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갖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뿐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변화를 줘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화(化)를 의미한다. 기업 경영환경에서 DT는 제품과 마케팅 측면, 운영과 관리 프로세스 측면,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적용될 수 있다.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어펄마캐피탈이 몇 해전 인수한 선우엠티는 DT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대표 오퍼레이션 컨설팅 업체인 룩센트를 통해
DT에 포커싱한 밸류업 지원에 발빠르게 착수해 왔다. 룩센트는 글로벌 비지니스 솔루션 제공 기업인 SAP와 다년간 협의하며 국내 중소형 기업에 특화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방안을 연구해 왔다. 사실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글로벌 회사들로부터 ERP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일찌감치 DT 기반을 다져왔다.
하지만 이제 막 시스템화의 니즈가 생길만한 규모에 수입해 도매 뿐 아니라 1000여개의 소매상과 대형 식당 등에 공급하며 성장했다. 2018년 기준 육류(소고기) 수입, 가공,
유통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2018년 말 어펄마캐피탈이 바이아웃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를 새 주주로 맡게된 선우엠티는 1년간의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가게 된다.
어펄마캐피탈은 이전 EMC홀딩스 투자 때 한번 호흡을 맞춰본 룩센트와 합심, 선우엠티의 DT 기반 시스템 구축작업이 시작됐다.
 

the bell [선우엠티 밸류업 사례탐구] 경영 전과정 데이터로 연결, ‘재고관리’ 첫 단추 / 기사 전문보기
 
2. 수입-판매 코드 일원화…선순환 구조 구축
 
2019년 초 선우엠티에 룩센트 컨설턴트들이 배치됐다. 어펄마캐피탈은 선우엠티 투자를 단행하며 적극적 볼트온을 통해 ‘육류 가공 및 유통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하길 꿈꿨다.
컨설턴트들은 우선 고기창고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고기가 얼마나 들어오고 얼만큼 남아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재고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컨설턴트들은 냉동 창고에서 수작업으로 고기를 분류하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수입되는 소고기들은 각자의 브랜드명과 부위 코드 등이 기입된 채 창고에 쌓여 있었다.
문제는 창고에 있는 재고는 영업팀이 관리하고, 구매는 무역팀이 관리하면서 같은 고기라도 재고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의 부위명 등이 서로 달라 매칭이 힘든 상황이었다.
 
경영참여형 PE로서 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효율적으로 경영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입, 판매 데이터를 통한 사전 분석이 필수 요소였다. 투자당시부터 적극적 볼트온을
통해 사업확장을 계획했던 입장에서 경영활동의 예측 가능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룩센트는 수입시 매긴 고기 부위별 코드를 일원화해 판매코드와 맞춰
나가기 위해 수작업으로 이를 분류했다. 2주간 밤을 새다시피 하며 분류작업을 진행하자, 비로소 경영에 필요한 한 분기치의 데이터가 도출됐다. 여기에는 창고에 쌓인 재고 뿐 아니라
배를 타고 오고있는 중인 재고까지 포함돼 있었다. 재고관리에 있어 블라인드 스팟을 모두 없앤 셈이다.
 
정제된 데이터로 엄격한 재고관리가 가능케 되자 이를 바탕으로 명확한 판매계획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분기 단위 등으로 판매계획을 세울 때 재고 현황과 기준을 감안, 판매량과 시기를
시스템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잔뼈가 굵은 오너의 감각적 판단에 의존해 수입육 구매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는 재고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영진의 연륜을 활용하기 위한 집단지성 체제인 오퍼(Offer)위원회도 도입했다. 재고 데이터를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특정 부위를 얼만큼 사야할지 C레벨이 함께 결정하면서
관리의 투명성을 높인 셈이다. 주주사인 어펄마캐피탈 입장에서도 투명한 재고관리 기반을 바탕으로 경영 의사결정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
 
DT를 활용한 엄격한 재고관리 효과는 감사보고서상 경영실적에도 곧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우엠티의 경우 이전에는 매년 40%의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같은기간 90% 가까이 재고가 증가하며
항상 운전자본 부족 현상에 시달려 왔다. 영업이 잘 되면서 매년 두배씩 성장했지만, 매출 증가폭보다 더 빠른 재고 증가 속도로 돈을 벌어도 현금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돼 왔다.
하지만 재고관리 변화 이후인 2019년, 매출이 59% 성장하는 동안 재고증가율은 20%에 그쳤다.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흐름도 -141억원에서 111억원으로 개선되며 DT를 통해 재고관리 시스템이
빠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나타났다.
 
the bell [선우엠티 밸류업 사례탐구] 유통망 관리도 시스템화, 수익성 개선 견인 / 기사 전문보기
 
3. 판매율 감안 인센티브…밸류체인 전과정 추적 가능
 
선우엠티는 수입육 회사임과 동시에 다양한 유통망을 보유했다는 특징이 있었다. 영업사원들이 각각 거래선을 확보하고 판매를 하고 있으나 정확한 실적관리와 보상체계
마련은 수익성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수입한 고기에 대한 판매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영업관리 망이 필요했다.
 
어펄마캐피탈은 각 영업단의 실적을 면밀히 파악해 투명한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하길 원했다. 담당자별로 어떤 부위를 얼마나 팔겠다는 계획을 세우면 이를 실 수요처인 식당이나
거래선, 대형 프랜차이즈 등 부문별로 세부 목표를 잡아 계획대비 얼마나 달성했는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목표대비 초과달성을 할 경우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고,
달성이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독려를 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선우엠티의 경우 실제 수요처와 유통거래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양한 부위를 적시에 판매할 수 있는 영업력 확장이 필수적이었다. 재고부터 영업데이터를 직접 다듬은
컨설턴트들이 주주사의 니즈를 담은 해결방안을 수립,이를 직접 적용해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선우엠티 ERP 시스템은 SAP의 표준 프로그램으로 범용성을 확보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 선우엠티의 특성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탄생됐다.
 
DT를 통해 수입부터 소비자 식탁까지의 전 과정을 시스템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해 초부터 3개월간 기본 자료를 쌓고 10개월여에 걸쳐 ERP구축이 완성됐다.
오퍼위원회는 시스템 상 나타나는 실시간 재고를 감안, 수입육 주문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DT를 통한 시스템 도입은 투명한 재고 관리로 인해 가용현금이 늘어남과
동시에 효율적인 영업관리로 수익성도 더욱 높여줬다. 2018년 2433억원에 머물렀던 선우엠티의 매출액은 이듬해인 2019년엔 333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에는 4300억원대를 웃도는 매출액을 예상하고 있다.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2018년 113억원 수준에서 2019년 150억원 수준을 나타냈다.
 
어펄마캐피탈은 “룩센트는 IT 기술, DT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에 접목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며 “룩센트의 분석과 실행력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대로 발휘됐다”고 평가했다. 룩센트는 DT 결합형 기업 밸류업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고 관련 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특히 PE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대한
주주사의 밸류업 계획을 시스템을 통해 현실화 시키는데 탁월한 조력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통상적으로 ERP 구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30% 정도 줄여 중견 기업이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오랜기간 협력 관계를 구축해 온 SAP와도 여러 논의 끝에 PEF 맞춤 서비스도 다수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국내 사모펀드인 VIG 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등과 ‘SAP 사모펀드 서비스(SAP Private Equity Program)’ 제공 협약도 체결했다.
SAP 코리아의 서비스를 전략적 파트너인 룩센트를 통해 PE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번 협약으로 VIG 파트너스와 글랜우드PE 등은 인수검토와 실사, PMI, 엑시트 등 각 투자 단계 별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예정이다.